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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필수의료는 시각 달라야···병원 많은 도심서도 공공 몫은 분명”

2026.03.18

지역 생명선’ 지방의료원이 뛴다 ⑨
김덕원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장 인터뷰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 공공이 책임져야
장애인 전신마취 치과·통합돌봄으로 역할 확장

현장 감각으로 구현하는 도시형 공공의료 모델
공공병원은 특정 계층 아닌 모두를 위한 병원
기자명송단비·이종영 기자 (swm2@themedical.kr)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주민을 지켜낸 지방의료원은 명실상부 지역 공공의료의 최전선이다. 팬데믹 후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가 이재명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기조로 다시 조명 받기 시작한 지금, 지방의료원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전국 지방의료원 대표자들을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더메디컬은 정기적으로 지역을 지키는 공공의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 주>

 


김덕원 원장은 인터뷰에서 “(수원은) 수치로 보면 필수 의료는 다 갖춰져 있다”면서도 “의료가 충분한 지역에서도 공공병원이 맡아야 할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송단비 기자]
의료 인프라가 충분한 도시에서 공공병원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그 답을 ‘도시형 공공의료’로 풀어내고 있다. 김덕원 수원병원장은 지난달 10일 더메디컬과의 인터뷰에서 “공공병원은 필수의료를 보는 시각이 달라야 한다”며 “의료가 충분한 지역에서도 공공병원이 맡아야 할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행정보다 중요한 건 현장 감각”

경기도 6개 도립병원을 잇는 허브 기관인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김덕원 원장이 내부 인사로 발탁된 이후 조직 운영 기준을 다시 세웠다. 공공병원은 행정적 책임과 공적 책무가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다. 병원장 자리 역시 진료보다 행정 업무의 비중이 크다. 그럼에도 수원병원은 운영의 중심을 ‘현장’에 두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 고령 환자와 근골격계 질환을 오랫동안 진료해 온 김 원장은 병원장이 된 지금도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김 원장은 “원장이라는 자리는 행정 역할이 많지만, 환자를 보는 일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진료를 이어가는 이유는 현장의 판단과 감각을 병원 운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수원병원이 ‘2024년 공공보건의료 성과보고회’에서 3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점은 이러한 기조를 보여주는 지표다. 김 원장은 “의사가 교과서대로 진료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우선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성이나 행정 논리보다 의학적 판단과 진료의 질을 기준으로 병원이 운영돼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 인프라 충분한 도시에서 공공의 역할은

수원특례시는 대학병원 두 곳과 다수의 2차 종합병원이 밀집한 지역이다. 겉으로 보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도시로 보이지 않는다. 김 원장은 “수치로만 보면 필수 의료는 다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공병원은 필수의료를 보는 시각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자원이 충분해 보여도 공공의료기관이 맡아야 할 역할은 별도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2006년부터 장애인 전신마취 치과 진료를 시행하며 수원의 미충족 의료를 메워왔다. 사진은 병원 전경. [사진=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제공]
민간이 맡기 어려운 장애인 전신마취 치과 진료

공공의료기관인 수원병원의 역할은 장애인 구강 진료에서 두드러진다. 수원병원은 2006년 경기도 내 최초로 ‘중증장애인 치과진료소’를 개설한 이후 20년 가까이 장애인의 구강 건강권을 책임져 왔다. 김 원장은 “전국에서 전신마취를 하는 장애인 치과 진료의 4분의 1 정도는 수원병원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증 지적·발달장애 환자는 일반 치과에서 치료가 쉽지 않다. 장시간 진료가 필요하고, 움직임을 제어하기 어려운 경우 전신마취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신마취 치과 치료는 마취과 협진과 전문 인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시간 부담도 크다. 민간 의료기관이 쉽게 맡기 어려운 영역이다.

 

통합돌봄, 삶의 존엄을 지키는 일

수원병원이 강조하는 또 다른 축은 통합돌봄이다. 김 원장은 “통합돌봄의 목적은 의료와 다르다”며 치료가 생명을 연장하는 일이라면 돌봄은 삶의 존엄을 지키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가족과 함께 생을 마치길 원한다”며 “그 과정에서 의료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통합돌봄의 핵심을 ‘존엄’에 둔다. 치료만으로 삶의 마지막을 온전히 책임질 수는 없지만, 환자가 익숙한 공간에서 인간다운 일상을 이어가도록 돕는 일 역시 의료가 함께해야 할 몫이라는 설명이다.

“의료와 복지,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통합돌봄은 병원 치료에 그치지 않고 의료·요양·돌봄을 지역에서 연계해 지원하는 제도다. 관련 기관이 따로 움직이면 원활히 작동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수원병원은 방문 진료와 지역사회 협력을 강화하며 병원 밖까지 이어지는 돌봄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공공병원은 모두의 병원

수원병원이 직면한 과제는 진료 역량 강화나 제도 대응에만 있지 않다. 김 원장은 공공병원의 존재가 지역사회 안에서 인식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칭찬이든 비난이든 다 좋지만 무관심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공병원이 지역 주민의 관심과 요구 속에서 움직일 때 비로소 주민들이 ‘우리 지역 병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원병원이 지역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데는 구조적 배경도 있다. 수원병원은 도립병원으로 행정적으로는 경기도 소속이지만, 실제 생활권은 수원시에 맞닿아 있다. 김 원장은 “지역사회가 병원을 알고, 요구하고, 논쟁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 정책과 예산에서도 우선순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 원장은 공공병원을 ‘취약계층을 위한 기관’으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공공병원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병원이 아니다. 누구나 안심하고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의사로서 가장 행복한 병원이 공공병원”이라고 말했다. 수익이나 규모가 아니라 역할과 책임을 기준으로 운영될 때 의료진도 본연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원병원이 제시하는 ‘도시형 공공의료’의 방향 역시 그 관점에서 출발한다.

 

의대 정원 논쟁과 인력 구조 문제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논의와 관련해 김 원장은 인력의 ‘규모’보다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적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특정 지역과 특정 분야로 편중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의료 인력 정책이 공급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어떤 의사를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책 방향을 논의할 때 공공병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더메디컬(https://www.themedical.kr)